“왜 그래?”
“사채 돈을 빌렸는데.”
“전화 받자마자 울면서 얘길 하는데 딸 같기도 하고 잘 구분이 가질 않았어요.”
가족·지인이 곤란에 빠졌다거나 큰돈이 필요하다는 화급한 거짓 기별로 재산을 강탈해가는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 대부분이 ‘정말 우리 애 목소리인 줄 알았다’며 감쪽같은 범행 수법에 혀를 내두릅니다. 경황도 없고 무슨 수를 쓰든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은 전혀 다른 목소리인데도 공감하고 끌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신종 보이스피싱은 이제 그 한계도 뛰어넘었거든요.
얼마 전 캐나다에서는 교통사고를 내 유치장에 갇혀 있다며 다급하게 송금을 요구하는 아들 전화에 거액을 보낸 일이 있었지만 사기였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한 은행에서는 고객사인 대기업 임원의 전화를 받고 420억 원을 송금했지만 가짜였죠.
상황은 좀 미심쩍었지만 분명 아들의 목소리 또 평소 알던 그 임원의 목소리가 분명했기 때문에 돈을 보낸 건데 실은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딥 보이스’ 한마디로 기계음이었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음성을 복제하려면 대량의 음성 샘플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가져온 짧은 30초짜리 음성으로도 똑같이 복제가 가능해졌거든요.
사실 딥보이스 기술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전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준다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내 곁에서 말벗이 될 수도 있는 인공지능의 놀라운 선물이라 여겨졌었는데, 보이스 피싱 범죄로 진화한 겁니다.
그럼 이런 기술을 아예 막아야 할까요. 아닙니다. 교통사고를 낸다고 자동차를 없애선 안 되듯 새 기술도 뺑소니를 칠 경우, 신호를 위반했을 경우, 주차를 잘못할 경우처럼 자세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자동차는 천천히 그 수가 늘었지만 요즘 기술은 아니라고요?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똑똑하다는 여러분을 관료로 국회의원으로 뽑은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이 없다면 옷 벗고 내려와야지요. 핑계 대며 편안히 월급 받으라고 준 자리가 아닙니다.
범죄 수법은 인공지능까지 동원해 펄펄 날고 있는데 언제까지 개개인의 주의만 당부하시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AI 목소리’에 돈 털리는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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